일상에 지치고 마음이 무거운 날, 우리는 본능적으로 ‘어디라도’ 걷고 싶어집니다.
그중에서도 나무와 풀, 초록이 가득한 길을 찾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대답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초록색은 우리의 뇌에 ‘안정’과 ‘회복’을 전달하는 색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처럼 일상이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에는, 운동조차 ‘효율’과 ‘속도’를 따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최근 주목받고 있는 걷기 방식 중 하나가 바로 ‘느리게 걷기’입니다.
말 그대로 천천히, 주변을 느끼며 걷는 이 방법은 단순한 유산소 운동 이상의 심리적 효과를 불러옵니다.
느리게 걷기, 초록과 함께하는 명상
느리게 걷기는 특히 숲길이나 공원처럼 초록이 많은 공간에서 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빠르게 걷는 운동은 체력 증진에는 좋을지 몰라도, 마음을 진정시키고 우울감을 낮추는 데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적을 수 있습니다.
반면, 느리게 걷는 동안에는 오감을 자연에 집중할 수 있어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곧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산림욕(森林浴)’이라는 개념이 정착되어 있습니다.
나무 사이를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지고, 면역력도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치유의 숲’ 프로그램이나 숲 명상 등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역시 자연이 주는 치유력에 눈을 뜨고 있다는 반증일지도 모릅니다.
걷기보다 더 큰 효과? 우울감 완화의 핵심은 ‘속도’
느리게 걷는 산책이 일반 걷기보다 더 큰 심리적 효과를 가지는 이유는 ‘속도’에 있습니다.
빨리 걸으면 뇌는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며 잡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반면, 천천히 걷고 주변 나뭇잎의 흔들림, 바람 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어느새 불안이나 우울 같은 감정이 옅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우울감을 자주 느끼는 사람에게는 이 느리게 걷는 ‘초록 산책’이 하나의 대안 치료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약물이나 상담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자연과의 접촉’이며, 이를 실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느리게 걷는 것입니다.
초록 속 산책, 어떻게 하면 좋을까?
느리게 걷기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팁이 있습니다.
휴대폰은 잠시 끄거나 무음으로 전환하기.
자연의 소리를 온전히 듣기 위해 디지털 기기는 최소화합니다.
걷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기.
목표 없이 걷는 것이 핵심입니다. 어디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은 내려놓으세요.
오감을 열고, 천천히 호흡하기.
들숨과 날숨을 느끼며, 땅의 질감이나 풀냄새를 천천히 음미합니다.
눈높이를 바꿔보기.
고개를 들고 나뭇잎 사이 하늘을 보거나, 발끝의 꽃을 들여다보세요. 예상치 못한 위로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