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에 알게 된 나의 희귀질환.
그리고 나는 암환자가 되었다.
이 문장을 이렇게 차분하게 적을 수 있기까지도 꽤 시간이 걸렸다.
진단을 받던 날, 의사의 설명은 또렷했지만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희귀질환이라는 단어, 암이라는 단어, 그리고 앞으로도 또 다른 암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그 모든 말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며 나를 압도했다.
중년이라는 시기는 이상하다.
젊음이 완전히 떠난 것도 아니고, 노년을 받아들이기에도 아직 이른 나이.
몸은 예전 같지 않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데, 마음은 여전히 어제와 다르지 않다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그런 시기에 ‘희귀질환’과 ‘암’이라는 진단은 삶의 중심을 한 번에 무너뜨린다.
내가 알던 일상, 내가 믿던 건강,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막연한 기대까지도 함께 흔들린다.
암환자가 되었다는 사실보다 더 힘든 것은 불확실성이다.
치료가 끝나도 끝이 아니라는 말, 언제든 또 다른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은 마음 한쪽에 늘 그림자처럼 남는다.
몸이 조금만 피곤해도, 작은 통증이 느껴져도 생각은 그곳으로 향한다.
혹시 또 시작된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멈추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받아들이는 과정은 직선이 아니다.
어떤 날은 담담하게 현실을 정리하며 살아갈 방법을 생각하다가도, 또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
나는 왜 이런 병을 갖게 되었을까, 무엇을 잘못 살아온 걸까, 수없이 자문해 보지만 명확한 답은 없다. 결국 병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사실만 남는다.
그래도 오늘을 버티게 하는 것은 아주 작은 것들이다.
평범하게 숨 쉬는 아침, 별일 없이 흘러가는 하루,
그리고 이렇게 솔직한 마음을 글로 적을 수 있는 시간.
받아들임은 단번에 완성되는 감정이 아니라,
하루하루 연습해야 하는 태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히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고, 흔들려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연습 말이다.
오늘은 아직 쉽지 않은 날이다.
하지만 오늘을 이렇게 기록해 두는 것만으로도, 나는 다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를 남긴다.
암환자로서, 희귀질환을 가진 중년의 한 사람으로서,
불안 속에서도 삶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오늘의 나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도, 나는 여전히 내일을 향해 한 걸음씩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