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com, pub-9617598002258632, DIRECT, f08c47fec0942fa0 쌈장과 순대, 그리고 잊히지 않는 추억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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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장과 순대, 그리고 잊히지 않는 추억의 맛

by 빼다루나 2025.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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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기억 속에서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순대다.

지금은 그 맛을 똑같이 재현할 수 없지만, 그날의 풍경과 온기, 그리고 쌈장에 찍어 먹던 그 감촉만큼은 아직도 또렷하다.

신기하게도 큰언니도 그 기억을 가지고 있었지만, 막내 동생은 전혀 기억이 없다.

아마도 나와 언니만이 아버지의 그 정성과 손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순대국집에서의 작은 일화

얼마 전 순대국집에 갔다. 따끈한 국밥이 나오는 그 식탁 위에는 김치와 부추, 그리고 생양파가 곁들여져 있었다.

그런데 나는 평소 생양파를 잘 먹지 않아서 “그건 안 주셔도 돼요”라고 미리 말씀드렸다.

대신 순대가 나오자마자 바로 쌈장을 찾았다. 누군가는 순대를 소금에 찍어 먹는 걸 좋아하지만, 내 입맛은 단연 쌈장파다.

쌈장 특유의 고소함과 짭짤함이 순대의 부드러운 속과 만나면, 다른 어떤 양념보다 맛의 조화가 잘 맞는다.

특히 온기가 남아 있는 순대를 쌈장에 푹 찍어 입에 넣으면, 고소함과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전주 피순대와 초장

물론 모든 순대가 쌈장과 잘 어울리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전주 피순대는 오히려 초장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초장의 새콤달콤함이 피순대의 진한 풍미를 깔끔하게 잡아주고, 그 특유의 철분 향을 부드럽게 만든다.

전주에 갈 때마다 일부러 피순대를 먹으러 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소금이 나쁜 건 아니다.

다만 내 입맛이 그렇지 않을 뿐이다. 소금은 순대의 원재료 맛을 가장 직설적으로 느끼게 하지만, 나는 그보다 양념이 어우러진 풍성한 맛을 선호한다.

 

아버지의 순대와 쌈장의 의미

아버지가 해주시던 순대에는 단순히 음식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시장에서 직접 사 오신 순대를 삶아 내고, 옆에서 쌈장을 준비하시던 그 모습.

그때 쌈장은 마치 ‘이 집만의 레시피’처럼 진하고 맛있었다. 그 쌈장 맛을 지금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언니와 나는 종종 그 이야기를 나눈다.

“그때 순대 맛 기억나?” “응, 쌈장이랑 같이 먹었잖아.” 이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그 시절의 온기가 함께 되살아난다.

하지만 막내는 “나는 기억이 안 나”라며 웃는다. 아마 그때는 너무 어려서, 혹은 순대를 좋아하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에게 순대란

이제는 순대를 먹을 때마다, 특히 쌈장에 찍어 먹는 순간마다 그 추억이 떠오른다.

단순한 길거리 간식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가족과 함께했던 시간, 그리고 아버지의 손맛이 담긴 음식이다.

전주에 가면 피순대를 초장에 찍어 먹고, 집 근처 순대국집에 가면 일반 순대를 쌈장에 찍어 먹는다.

각각의 맛과 추억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건 ‘순대를 함께 나누는 시간’이다.

 

사람마다 순대를 먹는 방식은 다르다.

누군가는 소금을, 누군가는 초장을, 또 누군가는 나처럼 쌈장을 선택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방식이 아니라, 그 순간을 함께하는 사람과의 추억이다.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순대와 쌈장의 기억은 앞으로도 내 식탁 위에서 계속 살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맛을 기억하는 한, 나는 언제든 어린 시절로 돌아가 아버지와 마주 앉아 순대를 나누어 먹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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