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장마가 시작된 오늘, 오전에는 잔잔한 빗방울이 내렸지만, 점심시간이 되면서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다.
유리창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일상의 소음과 뒤섞여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하늘은 잿빛으로 덮였고, 거리는 비에 젖어 반짝이는 물웅덩이들로 가득했다.
바람도 제법 강하게 불기 시작했는데, 우산을 쓰고도 옷자락이 젖어드는 걸 막을 수 없을 정도였다.
회사 밖으로 나와 인도를 걷는 사람들은 저마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집으로 향했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해 창문을 열었을 때, 부드러운 바람이 집 안으로 스며들었다.
하지만 몇 주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온도에 놀랐다.
여름의 잔열이 느껴지던 며칠 전과 달리, 오늘 밤의 바람은 차가웠다.
이내 얇은 담요를 덮고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 바람 속에는 여름이 남긴 습기와 가을이 가져온 서늘함이 뒤섞여,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계절의 변화는 언제나 눈에 띄지 않게 다가와, 어느 순간 온 세상이 바뀌어 버린 듯한 기분을 준다.
며칠 전만 해도 더위에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잠에 들었지만, 오늘은 다르다.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찬 바람이 불어오는 걸 막기 위해 창문을 닫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은 점점 더 세차게 불어왔고, 빗방울 소리도 더 커졌다.
빗소리는 평소에는 잠을 유도하는 소리일 수 있지만, 오늘은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가끔은 그 소리 속에서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비 오는 날, 창밖을 바라보며 비 맞으며 뛰어놀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비가 오면 늘 그런 날들이 생각난다.
어릴 적, 비 오는 날이면 신발이 젖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시간들. 젖은 신발과 옷은 귀가길에 차가웠지만, 그 추억은 항상 따뜻하게 남아 있다.
지금은 그런 날들이 멀게 느껴지지만, 빗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때의 나와 잠시 만나곤 한다.
창밖을 내다보며 가을이 본격적으로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초가을이지만, 곧 기온은 더 떨어지고, 단풍이 물들어갈 것이다.
오늘 밤의 서늘한 바람은 그 모든 변화를 예고하는 듯했다.
이젠 긴팔 옷을 꺼내야 할 시기가 왔음을 실감하며, 올 가을도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출근길 더운에 긴팔을 입었네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나도 긴팔을 꺼내야할 시기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