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였다. 물을 유난히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며, 배변 패드는 예전보다 훨씬 자주 갈아야 했다.
식욕은 오히려 늘어났지만, 체중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처음엔 나이가 들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동물병원을 찾았고, 예상치 못한 진단을 받았다. ‘당뇨병(Diabetes Mellitus)’이었다.
강아지에게도 당뇨병이 생긴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나에게 그 순간은 충격이었다.
말 한마디 못 하는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미안함이 가슴을 찔렀다.
병원에서 채혈하고 소변 검사를 받는 내내, 아이는 말없이 눈으로만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을 보며, 무조건 함께하겠다는 다짐이 마음 깊이 새겨졌다.
그날 이후 일상이 달라졌다.
아침저녁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챙기고, 인슐린 주사를 놓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시간을 어기면 안 되기에 나의 일정도 강아지의 리듬에 맞춰 바뀌었다.
외출이나 여행도 조심스러워졌지만, 아이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혈당 조절이 쉽지 않아 간식도 제한되고, 꾸준한 운동도 필수다.
특히 저혈당이 올 수 있어 당분이 든 간식을 항상 준비하고 다닌다.
산책 중 갑자기 힘이 빠져 주저앉는 순간이 올 때는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다행히 몇 번은 재빠르게 대처해 위기를 넘겼지만, 그때마다 이 작은 생명체가 얼마나 연약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하지만 힘든 날들 사이에도 웃음이 스며든다.
주사를 다 맞고 나면 토닥이며 칭찬해주는데, 그때마다 머리를 살짝 기울이며 눈을 맞춘다.
마치 “나 잘했지?”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 작고 따뜻한 몸을 꼭 안아주면, 오히려 내가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아플 텐데도 늘 밝은 눈빛을 잃지 않는 모습에, 마음 한켠이 짠하면서도 고맙다.
당뇨는 완치가 어려운 질병이지만, 보호자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병이다.
말을 할 수 없는 반려견 대신, 미세한 변화에도 귀 기울이고 정성스럽게 돌보는 일. 때론 지치고 불안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사랑의 표현이자 가족으로서의 책임이라고 믿는다.
누군가는 반려동물에게 이토록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는 걸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 작고 따뜻한 존재가 삶에 어떤 위로를 주는지 경험해본 사람은 안다.
말은 못 해도 마음을 전하는 아이와 함께 울고 웃으며, 오늘도 우리는 하루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