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골마을은 아직 감자가 밑이 안들었네요
이맘때쯤이면 마트 진열대에 햇감자와 햇양파가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껍질이 얇고 수분감이 살아있는 햇감자, 단맛 가득한 햇양파는 그 자체로 밥반찬이 되는 귀한 식재료죠.
하지만 우리 시골마을은 아직 기온이 낮아 노지 감자가 밑이 들지 않았습니다.
밑이 들었다는 건, 감자가 땅속에서 수확할 만큼 알이 굵어졌다는 뜻인데요,
남쪽 지역은 벌써 감자밭이 북적일 시기지만, 기온이 낮은 우리 마을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답니다.
기다림 속에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제철이 오면 꼭 만들어 먹는 감자와 햇양파 요리들을 미리 소개해볼게요.
봄이 깊어질수록 더욱 맛있어지는 제철 반찬 BEST 5, 지금부터 함께 보시죠!
1. 감자조림
햇감자는 삶기만 해도 포슬포슬한 식감이 예술입니다.
여기에 간장, 설탕, 물엿을 넣고 은근히 조리면 밥도둑 감자조림이 완성돼요.
껍질이 얇아 깎기 쉽고, 조림 중에도 잘 으깨지지 않아 초보자도 실패 확률이 적은 요리랍니다.
요즘 같은 간절기에는 따끈한 밥에 감자조림만 있어도 한 끼가 든든해요.
2. 양파장아찌
햇양파는 단맛이 강하고 매운맛은 약해 장아찌를 담그기에 딱 좋습니다.
얇게 썰어 간장, 식초, 설탕을 넣고 하루 이틀만 재워두면 상큼한 양파장아찌가 완성돼요.
느끼한 고기 요리와도 잘 어울리고, 입맛 없을 때 한 입 먹으면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에요.
3. 감자채볶음
감자를 곱게 채 썰어 기름에 볶아내면 간단하지만 고소한 감자채볶음이 완성됩니다.
햇감자로 하면 식감이 더 부드럽고 단맛이 살아 있어요.
소금으로만 간을 해도 충분히 맛있고, 때로는 햄이나 청양고추를 곁들이면 새로운 맛이 나죠.
도시락 반찬으로도 인기 만점입니다.
4. 양파전
양파를 채 썰어 부침가루에 계란 하나 톡 넣고 부쳐내면 달큰하고 바삭한 양파전이 완성됩니다.
기름에 구우면 양파의 단맛이 더욱 살아나는데, 봄철 나른할 때 간식처럼 먹기에도 좋고, 막걸리 안주로도 최고예요.
김치 한 조각만 곁들여도 훌륭한 한상이 됩니다.
5. 감자된장국
초봄에는 된장의 구수한 맛과 감자의 포근한 식감이 어우러진 감자된장국이 생각납니다.
파릇파릇한 봄 부추나 시래기를 함께 넣으면 영양도 만점!
고향에서는 종종 멸치육수 대신 된장에 마늘만 풀어 국을 끓이기도 했죠.
투박하지만 그 맛은 깊고 담백합니다.
시골마을의 느린 봄, 그래도 기다림은 행복합니다
우리 마을은 아직 아침엔 서리가 내려앉고, 밭의 감자도 여전히 어린 싹을 키우고 있는 중이에요.
다른 지역보다 계절이 반 보 느린 곳이라 그런지, 제철 식재료 하나하나에 더 애틋함이 느껴집니다.
감자가 밑이 들고, 햇양파가 알차게 여물기를 기다리며 오늘은 작년 가을에 저장해 두었던 감자로 감자조림을 해 먹어야겠어요.
제철은 결국 자연이 주는 최고의 타이밍입니다.
자연이 허락한 시간 안에서 자란 식재료는 그때가 가장 맛있고, 건강하지요.
늦게 오는 봄 덕분에 우리는 기다림의 미학과, 한 그릇 반찬에 깃든 계절의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